참꿈고시텔 신사역점 - 내 집처럼 편안한..
 
작성일 : 15-12-03 07:41
회이트 크리스마스
 글쓴이 : 관리자
조회 : 3,486  
화이트 크리스마스 / 나태주

크리스마스 이브
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
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
늙은 아내를 생각한다

시시하다 그럴 테지만
밤늦도록 불을 켜놓고
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
아내가 좋아하는
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
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

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
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

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
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

그렇다,
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
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 

눈은 땅에 내리자마자
녹아 물이 되고 만다

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
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

화이트 크리스마스
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
한번 깨진 항아리가
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
택시를 기다리고
또 기다린다.

 시집 ?슬픔에 손목 잡혀? (2000,시와시학사